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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일기

남강별장에 다녀왔습니다.

by 댄스동자 2015. 2. 8.

제가 지내는 곳 아주 가까운 곳에 남강별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빠른 걸음이면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곳이에요.

처음 이야기를 듣고는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해

운영자 분과 나름 동네에서 유명한 곳들의 이름을 나누며 반가워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제가 친구와 종종 들리기도 하는 매운 돈까스로 유명한 음식점 맞은 편입니다.

이곳에서 어떤 메뉴를 시키든 먹는 도중 운영하시는 분께서 맛보기로 매운 돈까스를 한두 조각 줍니다.

처음 한두 번 들렀을 때는 뭣도 모르고 공짜로 주니까 옳타거니 하면 덥썩 집어 먹었는데요.

이제는 맛보기 매운 돈까스를 나눠주러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면 묻기도 전에 먼저 손사래를 치게 된답니다.


케이블 방송 중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저런 사람이 있단 말이야, 왠지 거짓말 같은데,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괴한 분들이 등장해 자신의 특이한 생활 습관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먹는 것과 관련한 것들이 자주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흙을 먹는 사람, 무엇을 먹든 간에 마요네즈부터 꺼내고 보는 사람, 닭을 생으로 먹는 사람 등등 유별난 식성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리모콘을 돌리다 생으로 닭을 먹는 편을 보고는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게 무슨 맛이 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 중 매운 것에 중독된 사람들이 나와 매운 것 먹기 배틀을 했던 편이 기억납니다.

여러가지 매운 음식을 두고 단계별로 하나하나 먹어가며 누가 더 매운 것을 잘 먹을 수 있나 겨뤘는데요.

그 음식 중에서도 상위에 랭크된 것이 바로 남강별장 맞은 편에 있는 돈까스집의 매운 돈까스였습니다.





매운 돈까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유명한 메뉴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건 바로 대왕 돈까스입니다.

가끔 돈까스집에 들어갈 때면 벽에 걸린 메뉴판에 왕돈까스라는 이름을 보게 됩니다.

아침, 점심 다 굶은 채 들어간 식당에서는 허기와 살기로 부푼 마음으로 왕돈까스를 기다리게 되는데요.

애걔 이게 뭐야, 크기는 왕인데 왜 이렇게 얇아, 하게 될 때가 간혹 있지요.

대왕돈까스는 돈까스 크기는 둘째 치고 공기 위에 쌓인 밥의 양이 애니매이션 심슨의 길쭉한 머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문을 할 때 도전을 신청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그 음식을 다 먹는 미션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지금은 정확히 몇 분 안에 음식을 다 먹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미션을 성공하면 일정 기간 이곳에서 공짜로 돈까스를 먹을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젠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청년이 대왕돈까스 도전을 신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팔뚝에 문신이 가득했는데요.

함께 온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기적우기적 열심히 돈까스를 씹어 먹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먹는 중 호기롭게 비빔냉면를 하나 더 추가하더라고요.

옆자리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던 저는 국물을 들이키며 다시금 깨닫고 말았습니다.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밥맛도 좋게 하는 사랑의 힘이란.'

사랑의 힘은 때때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만들죠.

성공을 했는지 그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어요.

앞으로 이곳에서 사랑의 힘을 과시하게 될 뭇남성들과 함께 고생할 위장에게 건투를 빌고 싶습니다.





저는 이 돈까스집을 들릴 때면 가장 기본 메뉴인 돈까스를 시킵니다.
돈까스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얹혀진 기본 메뉴가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무리하면 몸이 고생한답니다.

돈까스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요.
다시 또 포스팅이 딴 길로 새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돈까스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남강별장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모두에게 상시 오픈된 공간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미술을 하시는 남 씨성과 강 씨성을 가진 두 분께서
작업실 겸 해서 새로운 계획을 도모하며 운영하는 공간이랍니다.
두 분의 성을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붙여 '남강별장'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해요.

우연찮게 기회가 되어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록셔리를 만든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어둡고 지난한 과정을 걷고 있는 사람인지라
이런 제안을 받을 때면 부담이 느껴집니다.

찾아오신 분들에게 하나도 도움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 

부담을 떨치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만 솔직하게 하고 돌아오자 생각하고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찾아와주신 친구들 모두 저보다 멋지고 훌륭하게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들어야 처지인데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 들어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제가 이야기를 들으러 가겠습니다.)

뭐야 이 시시한 이야기는,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신 분 한 명 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끝까지 경청해주셔서 제가 더 큰 용기와 힘을 얻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즐거운 시간에 초대를 해주신 남강별장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야기 들어주신 친구 분들 역시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강별장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의 삼분의 이를 돈까스로 채우게 된 점 깊이 반성합니다. 페이스북 검색란에 '남강별장' 이라고 치시면 남강별장 페이지가 나온답니다, 로 무마를 시도해봅니다.


남강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