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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일기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by 댄스동자 2015. 3. 31.

안녕하세요. 3월 초중순까지 바람이 매섭게 불어 불만이 많았습니다. 세상에 순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 비겁하게 살아온 저 역시 계절을 역행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화를 참지 못하고 멱살을 붙잡은 채 따져 물었습니다. "야, 너 어떻게 된거야? 3월쯤 되면 원래 조용히 다른 동네로 이사갔잖아. 올해는 도대체 언제까지 한국에 눌러앉아 있을 작정이야. 내가 삼백 원 줄테니까 저기 하와이 가서 쭈쭈바 하나 사먹고 와." 라고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돈이 참 좋습니다. 고작 삼백 원 쥐어줬을 뿐인데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날씨가 꽤 따뜻해졌더군요. 거참 돈 앞에 장사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이제는 미세먼지가 극성입니다. 늦은밤 잠시 옥상에 올라갔는데 검은 하늘 위로 뿌연 먼지가 선명하네요. 몽골 사막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하는데요. 이 녀석들한테는 얼마나 쥐어줘야 다른 동네로 떠날지 참 골치가 아픕니다. 기세등등 호기롭게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는 모양새를 보니 삼천만 원을 쥐어준다고 해도 당분간 한국땅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 이민 보내기 캠페인' 을 통해 성금을 모금해야하는 건 아닌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해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열을 내며 저에게 따져 물을지도 모를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모아 우주로 날려보내는 쪽으로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올해 초 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이제 개인이 인공위성을 띄워 우주로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을 참고 삼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간만에 인사를 드리며 썰렁한 소리가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쪼록 추운 날씨를 이겨낸 여러분들께서 미세먼지 또한 건강하게 비켜갈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약국에서 파는 그저 그런 마스크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방진 마스크라는 것을 써야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것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요. 하하하하하, 보는 눈이 부담스러워 착용을 한 채 외출을 해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그걸 쓰고 있으면 엄청난 바이러스에 대항해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그런 기분에 휩싸여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짓눌린 어깨가 정체 모를 사명감으로 더욱 무겁게 내려앉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한다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겠지요. 하하하.


아고, 죄송합니다. 점점 더 썰렁한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주위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분께서는 필히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급수가 있다고 합니다. 1급, 2급, 3급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요. 바둑 같은 경우는 급수 앞에 붙는 숫자가 작을 수록 좋은 실력으로 봐줍답니다. 그렇다면 방진 마스크 또한 3급보다는 1급의 제품이 더 효과가 좋겠지요. 이점 유의해주세요. 혹시라도 바둑과 반대로 숫자가 높을 수록 좋은 마스크일 가능성도 있으니 구매하시기 전에는 필히 확인 부탁드릴게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차저차 이야기를 하게 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마스크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습니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길게 적고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블로그에 접속했는지 잠시 잊고 말았습니다.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쓸데 없는 블로그란.." 안 그래도 하루에 세네 명 들어올까 말까한 방문자 수가 점점 더 썰렁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작년 7월 록셔리 4호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한두 군데에서 입고 관련 연락을 주셨는데요.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잊지 않고 연락을 주시니 이것 참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이제 제가 가지고 있는 재고량이 없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가볍기 그지 없는 작업, 너그러운 마음으로 귀엽게(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굳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귀엽기보다는 핸섬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봐주셔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아예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랍니다. 이미 입고되어 있는 판매처에 재고들이 많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어쩐지 재고량을 몇몇 서점에 분산시켜 놓은 기분이 듭니다. 저희 집이 재고 본부라면, 록셔리가 입고되어 있는 서점들은 재고 지부 1호, 2호, 3호 이런식으로 되는 거겠지요. 바둑과 마스크의 급수처럼 1호, 2호, 3호 간에 얼렁뚱땅 서열 같은 건 없습니다. 모든 책방에서 한결같이 잘 관리해주신 덕분에 인쇄한 책들이 여러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5호 역시 4호까지 만들었던 과정처럼 "완성이라도 해보자." 라는 목표로, 언제가 됐든 늦지 않은 시간에 완성이라도 해보겠습니다.(은근슬쩍 촬영을 시작하긴 했습니다. 아래는 촬영 중 만난 고양이 친구입니다. 다른 곳에 정신을 쏟다 뒤돌아보니 느닷없이 고양이 친구가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고양이 출현에 그만 깜짝 놀라 잠시 몸을 움츠렸는데요. 그것을 보고 고양이가 3미터 정도를 뛰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아 방금 내가 움츠린 것은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예기치 못한 출현에 깜짝 놀라고 만 것이거든.' 한동안 눈을 마주하며 교감을 시도해봤지만 잠시후 저 멀리 담벼락으로 올라가 "저 녀석 왠지 마음에 안들어" 하며 저를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녀석도 참. 가까이 오면 시원한 물도 주고 땅콩도 주려고 했는데.)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4월 초와 5월 초에 재미있는 이벤트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월 초에는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의 '연어전' 행사와 관련된 이벤트로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관련 정보 곧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5월 초에 벌어질 일은 저는 곁다리지만 곧 준비가 되면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정말 신나는 분들이에요.) 음악이 함께 하는 시간이라 어색하게 찡겨있게 돼도 즐거운 일일 것 같습니다. 곧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이것 또한 부지런하게 포스팅 해볼게요.


두서 없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입니다.(끝까지 두서가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부디 하루하루가 웃을 수 일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최근 오쿠다 히데오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유쾌한 것을 보니 하나둘 쌓인 근심, 걱정들이 조금은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오래만이야, 반가워" 하며 이내 곧 다시 찾아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데 웃음만큼 효과 좋은 약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이만 하나마나한 이야기들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