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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일기

홍대 프리마켓에 다녀왔습니다.

by 댄스동자 2014. 10. 19.




록'셔리 4호 릴렉스트럭 운동본부에 삽입된 일러스트


<록'셔리> 4호 '릴렉스 트럭 운동본부'에 멋진 그림을 그려준 드로잉 창고 일러스트레이터 김찬호 군의 프리마켓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첫 참여임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많은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홍대 프리마켓은 홍익대학교 정문 건너편 놀이터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행사입니다.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분들이 놀이터로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해온 것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운영 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예요. 오늘 첫 참여하는 김찬호 일러스트레이터 근처 앉아 세네 시간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앉아 지켜보니 드로잉 창고 부스 앞에서 멈춰 서는 분들이 참 많더군요. 드로잉 창고 부스 뿐만 아니라 모든 부스에 사람들이 많아요. 바로 옆에 나오신 분은 캐리커처를 그리는 분이었는데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앞에 앉아 내 얼굴이 어떤 그림으로 나올까 슬쩍슬쩍 종이를 쳐다보는 손님들의 모습 또한 즐거워보였습니다. 그림 잘 그리시는 분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시루떡이 한 판 쏙 들어갈 정도로 떡 벌어져요. 하하하. 



부스를 지키다 잠시 음료를 사러가는 길에 짬을 내 놀이터 구석구석을 한바퀴 쭉 둘러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낯낯이 초상화와 디지털 혁필이었습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우유와 바나나우유 그리고 편의점 건너편 간이 매점에서 파이 와플을 하나 사오는 길이었습니다. 와플을 파는 곳은 공용 주차장 관리실 같은 공간을 개조한 것처럼 보였는데요. 일이 평 정도의 공간이였어요. 그런데 텔레비전도 있고 에어콘도 있고 있을 게 다 있더라고요. 그 작은 공간에 호기심과 흥미가 생겼습니다. 메뉴는 파이와플과 아이스 와플 두가지인데요. 파이와플은 흔히 저희가 길거리에서 먹을 수 있는 꿀과 크림을 바른 것이고요. 아이스 와플은 와플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얹혀주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사들고 돌아와보니, 김찬호 일러스트레이터는 주문받은 양이 많아 밀린 과제를 하듯 쉴틈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와플은커녕 바나나우유를 마실 틈도 없더군요.




김찬호 일러스트레이터는 첫 참여부터 멋진 캠핑용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을 준비해왔습니다. 저 역시 놀이터에 도착했을 당시 이게 첫 참여자의 모습과 여유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은근 능숙함을 느꼈는데요. 동글동글 천으로 덮은 테이블의 크기와 높이로 보아 급히 집에서 쓰던 밥상을 들고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분들이 많아 아이패드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 차례대로 그려주었습니다. 나중에 오신 분께서는 두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뒷편으로는 뮤지션들의 공연도 있고 근처에 구경거리가 많아 볼 일을 보며 흔쾌히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는지 핸드폰에 저장해놓은 사진을 그려달라는 손님이었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애띤 얼굴이었는데요.(이래놓고 저보다 형님일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김찬호 일러스트레이터 뒤에 앉아 핸드폰 화면 속 여자친구의 모습이 종이로 옮겨가는 과정을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내 여자친구 얼굴 이상하게 그리기만 해봐라.' 같은 마음은 아니었겠지요. 하하하. 참으로 풋풋하고 예뻐보였습니다. 가을 남자인 저는 바바리 코트의 깃을 바짝 세운 채 옆으로 앉아 그 풍경을 흐믓히 곁눈질했습니다. '카라멜 마끼야또처럼 달달하기만 한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 들어와. 추풍낙엽이 길거리를 나뒹구는 이 가을엔 더블샷 추가한 아메리카노 같은 고독이 제맛이지.'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봤지만... 그저 부러웠답니다. 하하하.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대, 질 수는 없습니다. 방금 한 말 취소하겠습니다! 라고 혼자 생쇼를 하고 있었네요. 하하하. 


날씨가 좋아 야외활동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밖으로 나들이 나온 분들의 표정도 모두 좋더라고요. 즐거울 때는 최대한 즐거워야죠. 저녁 6시 마무리를 한 후 김찬호 일러스트레이터가 저녁을 사줘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신촌 향음악사에 들러 장기하와 얼굴들 3집 CD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행사를 위해 신촌 연세대학교 앞 거리로 자동차 출입을 막아놨더군요. 좋았습니다. 롹킹.